한국어 수업 근황 날적이

첫 번째 한국어 수업



1.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아 한글 자모까지만 하지 않을까 싶었던 F는 아직도 같이 수업을 하고 있다. 다만, 이것저것 과외를 많이 하는 학생이 취미로 배우는 것이라 격주로 여유 있는 수업 진행을 원했었다. 그리하여 첫 수업 이후 8개월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딱 15회 했다능…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도 엄청 많다. 한국에는 정말 이단 교인들이 길거리에서 말 거냐, 한국인들은 왜 소파에 기대어 앉아서 밥 먹냐, 인사로 hug 하는 거는 진짜 안 하냐, 나 떡볶이 만들었다, 나 김말이도 만들었다(깜짝 놀라서 사옹원 김말이 판매하는 한국쇼핑몰 안내해 줌ㅋ), 인스타 팔로우 했는데 이거는 뭐냐 저거는 뭐냐 (도대체 육군 홍보 모집단, 단백질 용품 등은 어디서 보고 팔로우를 하는지 ㅋㅋㅋ)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수업이 너무 늘어진다. 귀엽기도 한데, 그래도 한 회차에 문형 하나 정도는 나가야 하니, 설명을 하다 보면 시간도 훌쩍 초과하고…….


2. 엑소 팬이라는 M은 취리히대 박사생. 바쁘지만 그래도 시간 내서 취미 하나쯤은 하고 싶다고, 그래서 학위를 딸 때쯤이면 한국어에도 능숙한,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겁나 날카로워서 내가 이야기하기도 전에 포인트를 딱 잡아서 정리하고, 이해력과 암기력이 좋아서 진도도 팍팍 나가다 보니 수업 시간이 늘 여유 있는 편이다. 오프라인 그룹수업은 시간이 남아도 이래저래 때울(…) 수가 있는데, 온라인 개인 수업은 그게 어렵더라. 그렇다고 한 시간 동안 문형 두 개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음번 결제할 때는 45분으로 하라고 권유했다.

아직 초급이라서 조용히 따라오지 중급만 되어도 폭풍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데, 대답 못할까 봐 은근 걱정이 된다. 한편으로는 나는 늘 특수반이나 중고급반을 맡아서, 이렇게 자모부터 시작해서 계속 나가는 학생을 만난 적이 없는데, 뭐랄까, 나만의 온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3. 그룹 수업도 해보고 싶다. 동남아 쪽에서는 한국어 학습자가 많기 때문에 그룹 과외를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온라인 수업 기회가 있었지만 시차와 교재가 애매해서 포기한 적이 있다. 하고 싶다면서 정작 기회가 오니, 어쩌니저쩌니…. 그래도 마음이 동해야 하는 거니까,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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