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친구 버니의 사고 ㅠ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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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집안은 아직도 정리가 덜 된 상태이다. 특히 식탁은 티슈, 핸드크림, 액자, 코스터, 각종 색연필, 과일바구니, 빗, 가위, 마우스, 동전 등이 잡다하게 늘어져 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물건을 식탁 위에 부려 놓았다가, 식사 때면 물건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음식을 놓는 식이다.

이 와중에 장식용 양초도 두 개나 있다. 워낙 식탁에 잡다한 것이 많아서 혹시 물건이 양초에 닿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한편, 양초는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으니 사고가 날 일은 없지 않을까?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하필 우리 별이의 최애 친구인 버니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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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는 별이가 생후 1개월쯤 되었을 때 영국에 계신 고모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인형인데, 별이는 버니를 유난히 좋아했다. 떼쓰고 우는 별이에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 대신 버니를 안겨주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좀 커서는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버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자 화장실 못 간다고 울며 버티는 별이에게 ‘버니야, 별이 언니는 혼자 쉬도 잘한다? 잘 봐봐? ‘라고 밑밥을 깔면 별이는 버니를 의식해서 혼자 바지를 씩씩하게 내리고는 변기에 앉는 식이었다. ‘버니야, 밥 먹을 때 장난치면 되니 안 되니? 별이 언니처럼 얌전하게 먹어야지?’라고 핀잔을 주면, 이게 먹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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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돌 즈음, 우리는 육아사이트 메일링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조언인즉슨, 애착인형의 분실/손상 등등을 대비해서 똑같은 인형을 하나 더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담요의 경우, 일부를 잘라내라고 했다.) 아이를 기만하는 듯해서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분실/손상은 둘째 치고, 매일 물고 빠는 인형을 세탁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버니1, 버니2가 지난 2년 반 동안 열심히 별이의 친구가 되어주었는데, 그만 촛불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여태껏 촛불에 뭘 태워 먹는 사고는 없었는데, 하필이면 별이의 버니가, 그것도 오리지널 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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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두 가지이다.

1. 그을린 버니1을 숨기고, 버니2가 메인 버니가 된다 : 별이 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버니를 특별하게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내게는 버니=버니1이었던 것 같다. 버니1을 저버리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

2. 버니 2를 폐기하고, 그을린 버니 1이 유일한 버니가 된다. : 그을린 자국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겠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긴 것’, ‘아픈 친구’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버니1의 현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하자.

3. (버니 3은 들이기에는 이제 아이가 너무 컸다. )

사고가 일어난 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그을린 버니 1은 숨기고 버니 2를 안겨주었는데, 여기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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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 흉터 있는 친구 버니’ 컨셉으로 가자고 하니, 단열 씨는 요즘 들어 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요즘 학교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 밤에 혼자 잠들기 힘들어한다.) 더 힘들게 하지 말자며 반대한다. 음.




덧글

  • 타마 2020/03/09 09:17 # 답글

    아아... 버니가 burn이가 되다니... (도망)
  • pimms 2020/03/10 04:57 #

    아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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