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 & 기생충 책거리


알라딘
그 옛날 비디오 테이프로 알라딘을 접했던 아재, 아니, 아지매 1인은 알라딘 실사영화 소식을 듣고 꽤나 반가웠었다. 좀도둑질로 먹고 사는 알라딘이지만 시쳇말로 진지충이었던 나한테도 알라딘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알라딘은 무려 처음 구입하여 소장했던 비디오 테이프였고, 오른쪽에는 애니 속 장면이 왼쪽에는 대략의 줄거리가 써진 알라딘 축약본은 아마도 스누피와 더불어 처음 구입한 영어책이었던 것 같다. 그 책은 아마 지금도 집에 있을걸?

여하튼 실사 알라딘은 올드팬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유치하다면 유치한 초반의 장면들도 진짜 신나고 흥겨웠고, 개봉 전에 악평을 받았다는 퍼런 지니도 생동감 넘치는 윌 스미스가 잘 살려준 것 같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명민하고 자기주도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자스민 공주도 극 속에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speechless??는 뭔가 좀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알라딘과 지니가 우정을 쌓게 된 과정이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이건 사실 애니도 마찬가지로 기억하지만) 결정적으로 알라딘은 어떻게 봐도 못생...읍...읍....

사족이지만, 당시 애니 속의 알라딘은 톰 크루즈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 케이블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바닐라 스카이를 보게 되었다. 자신만만하고 돈 많고 잘 생긴 캐릭터를 연기하던 외모 전성기 시절의 톰 크루즈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감탄함 ㅋㅋ


기생충
다들 냄새 이야기를 하던데, 나는 '돈이 다리미야. 주름살을 쫙쫙 펴주잖아'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부자인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라서 착해'에 한 표.


근황 날적이

+
이사 마쳤다. 예전 집은 냉장고 문제로 (이전 포스팅 참조) 100만원에 육박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못 돌려받고 있다. 부동산 양반은 자기는 할만큼 했다며 손 놓은 상태이다. 보증금은 받았으니 큰 고비는 넘겼다 싶으면서도, 소모품인 냉장고 수리를 제때 해주지는 못할망정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다니, 너무너무 괘씸하다. 소액재판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다.

새로 이사온 집은 첫 날부터 화장실이 막히고, 싱크대 아래 구린 냄새 뿜뿜하고... 배관공을 불러서 급한 불은 껐는데, 살면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집주인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

한국에 와서 이리저리 셋집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한국 집주인들은 집을 공짜로 빌려주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다. 집주인이 그런 식이니, 세입자도 버티다 버티다 버티다 이사를 가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는 당연히 집 상태가 마음에 안 들 수밖에 없다. 이건 무슨 폭탄 돌리기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셋집으로 돌리던 집은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이사하자마자 시아버지께서 오셨다. 원래 4월 말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사 때문에 살짝 늦춰진 것이다. 이번에는 아예 6주 잡고 오심 ㅋㅋㅋㅋㅋ
까다롭지만 예민하지는 않은 나는 뭐 그려려니 하고 있다. 

+
단열 씨는 원래도 나나 별이가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 성실하게 반응하지만, 듀플로로 공룡집을 만들어 달라는 별이의 요청에는 유난히 열심히 응했다. 무엇엔가 집중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표정와 살짝 흥분한 듯한 미소가 같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래, 이번 생일 선물은 이거다! 싶었다.

이거저러 레고 리뷰를 읽어보고, 큰 맘 먹고 '탐정사무소' 한 세트를 선물했는데... 이 인간이 정말로, 진짜로, 진지하게 싫다고 정색을 하더라, 쳇. 

박스 스크라치 유무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레고의 세계가 과연 반품을 받아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을 말했더니, 친절하게 반품안내 해주신 레고마니아 사장님, 사업 번창하세요.
  



Aug 2018 하노이 - 우울우울 호치민 박물관 나들이


느지막이 일어나서 호텔에서 운영하는 1층 카페에서 조식을 먹었다. 손님도 없는데 뭐 그리 오래 걸리나 싶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달까~ 커피 모양새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커피 자체의 맛은 좀 별로였는데, 우유에 물 탄 맛이랄까.. 좀 싱겁게 느껴졌다.

오늘의 첫 번째 관광지는 호치민 박물관. 호치민 시신 보관소(?)도 있던데 그런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고, 여러 군데 있는 것 같은 호치민 박물관 중 가장 큰 곳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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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고 했다.

택시 기사가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치민, 호치민' 하길래, 저기가 호치민 박물관인갑다~하고 내렸다. 보안검색대를 통화하고,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폭우가 쏟아지는 비교적 이른 시간(11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크게 웃거나 말할 분위기도 아니고, 군데군데 군인이 왔다 갔다 해서 상당히 경직된 분위기였다.

우리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영어를 쓰는 30대 남자들이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은 그 유명한 동남아 코끼리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마도 좀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가,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구에서 급히 산 것 같았다. 남자는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툴툴거렸고, 친구들은 여과 없이 그를 비웃어 주었고 ㅋㅋ 곁눈질로 그들을 보고 있던 단열 씨는 '나 같으면 저 바지를 입느니, 차라리 박물관 관람 포기한다~'고 속삭였다 ㅋㅋ

그렇게 한참 줄을 따라 걷는데... 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군인이 더 많아지고, 엄청 진지해 보인다? 건물을 50미터쯤 앞두고, 군인한테 혼날까 봐 단열 씨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단열 씨, 우리 혹시 호치민 시신 보러 줄 서 있는 거임??'
'ㅇㅇ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그렇게해서 얼결에 피클화된 호치민을 보고 옴 -_- 보기 전에 아무런 기대도, 의견도 없었기에 보고 난 후에도 별 생각이 안 났다.

다만, 호치민과 그가 누워있는 침대 말고는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던 그 방, 아무도 웃음은커녕 말 한 마디도 하지 않던 그 방, 조도가 낮고 스산했던 그 방을 지키는 것이 업무인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괜찮은 걸까? 방 한가운데를 거쳤다가 이내 자연스럽게그들에게 쏟아지는 수 천 쌍의 무미건조한 눈빛을 견디는 일은 정말 건강한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다. 오지랖이겠지만, 그들이 안녕하길 바란다.
밖에 나오니 계속 비가 내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날씬하고 귀여운 아가씨의 아오자이 사진만 보다가 저렇게 엉덩이 내놓고 걸어다니는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귀여워서 한 장~ ^^;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길가의 소박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맛은 사실 나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지만, 수저통을 보니 심란해서 뭔가 더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남아있는 현금을 쥐어짜서 택시를 타고 어느 유명하다는 사원에 도착했더니, 딱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재개장 시간까지 남아있는 40여분 동안 비를 피할만한 마땅한 곳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단열 씨의 복장이 사원에 들어가기 적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열 씨는 동남아 코끼리 바지를 입느니 차라리 사원에 안 가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사원에 딱히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나도 쉽게 포기했다.

문제는 이 사원이 다리 한가운데 있다는 것.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현금은 없고, 버스는 방향을 모르겠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럼 택시 타고 카드 내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나는데, 아마 안 되었으니까 그랬겠지? 그랬을 거야, 응. 여하튼 다리 끝에 하얏트였나 호텔이 있길래 그곳으로 걸어갔다.

장대비 속에서 일이 자꾸 어긋나니까, 짜증이 나기보다 헛웃음이 나왔다.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황당한 느낌이랄까 ㅋㅋㅋ
여하튼 호텔에 도착해서 현금 찾고, 화장실 다녀오고, 커피 마시면서 좀 휴식하고, 시내의 유명 시장(역시 이름 잊어버림) 도착했다.
남대문 시장의 열화버전 같았는데, 시장 자체보다는 그 유명한 택시 눈탱이 사건을 직접 겪어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분 좋은 일도, 재밌는 일도 아니니까 생략~
콩 카페에 잠시 쉬러 갔더니 정말 2층이 한국인으로 꽉! 채워져있었다 ㅋㅋ
다음 목적지는 하노이 고옥~
집안에 남아있는 소품들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거짓말 안 하고 우리 시아버지댁에 있는 소품들이 더 고풍스럽고 흥미로운 듯)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이국적인 민가의 모습을 본 것으로 만족한다.
이날은 한국과 베트남의 축구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다. 이리저리 번화가를 돌아다니다가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술집을 찾았다. 이때까지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기에, 경기를 보면서 맥주 + 식사를 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식사 시간 외에는 음식 주문을 전혀 받지 않는 술집이었다. 지금 나가서 다른 술집을 찾은들, 그곳은 음식 주문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냥 해바라기 씨와 맥주로 버텼다.
열띤 경기 분위기 속에서 혹시라도 해꼬지(?)를 당하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했는데, 당시 경기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인지, 분노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먹는데 품만 많이 들고 간에 기별도 안 나는 해바라기 씨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축구 관람을 때려치우고 인근의 피자집에 저녁 먹으러 갔다. 우리 캐릭터상 피자 한 판만 먹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여하튼 맛있게 먹고, 인근의 서점 구경도 잘하고 왔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현지인 작가가 쓴 그림책' 한 권 사는데 성공했다.
이른 저녁에 숙소 들어와서 좀 쉬다 보니 밖이 시끌벅적하다. 뭔 일인가 싶어서 바깥을 내다보니,
깜놀!!
베트남이 세상에, 그 열세를 뒤집고 축구를 이겼구나!라고 진심으로 믿었었다 -_-
승부의 결과와 상관없이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호안끼엠 호수를 끼고 있는 도로는 굉음을 내며 깃발을 휘두르는 폭주족(?)에게 점령당했다.
열기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성요셉 성당 앞의 술집 2층에 안착했다. 웅장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채, 머리 뒤로 저런 불빛이 비치니 단열 씨가 좀 멋있어 보였다. 내가 저 자리에 앉아서 저 조명발을 챙길 것을!! 후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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